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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일본 자전거 여행 (3)

Harold_Finch 2018. 3. 26. 22:56

2014년 7월 5일 토요일

    알람을 맞춰 일어났다. 날이 흐렸고 오후에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하여 신경쓰였다. 오늘은 나츠메 우인장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둘러보고 히토요시를 벗어날 생각이다. 텐트를 개어 정리하고 아침을 먹었다.


화장실 뒤에 좋은 공간이 있다


땅바닥도 나의 식탁


    오늘 차도에 차가 별로 없길래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는데 토요일이라 그랬던 것 같다. 코인란도리에 들러 전자기기를 충전하며 멍때렸다. 밤에 잠을 좀 설쳐서 그랬는지 꾸벅꾸벅 졸았다. 적당히 충전을 마치고 먼저 텐구바시를 보러 출발했다. 텐구바시는 나츠메 우인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붉은 다리이다. 주인공 나츠메는 이 다리에서 한번 떨어지기도 하였다. 구마모토 쪽으로 히토요시 역 보다 한 정거장 전에 있다. 가장 유명한 장소이기 때문에 1순위로 정하였다.


별표가 텐구바시, 네모가 히토요시역 그리고 동그라미가 내가 잔 곳


    자전거를 타고 그쪽으로 가다보니 비샤몬당이 먼저 보였다. 비샤몬당은 나츠메 우인장 4기 4화 "대답"의 배경이 되는 작은 사당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꼭 숲속에 있는 것처럼 묘사되었지만 실제로는 시골의 버스정류장 마냥 길가에 서 있었다.


나츠메 우인장에 등장한 비샤몬당



길에 있는 비샤몬당


    조금 더 가니 바로 텐구바시가 보였다. 생각보다 폭이 좁고 높은 다리였다. 그 밑에 흐르는 강은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것 보다 험해 보였다. 실제로 그 다리에서 떨어진다면 물에 젖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딱히 주변이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다. 이 다리 주변은 정말 시골이다. 텐구바시도 어디에나 있을 법한 작은 다리이다. 하지만 구글지도에서 찾아보면 이 다리에 대한 리뷰가 여럿 있고 거의 대부분 나츠메 우인장과 관련된 글이다. 이 다리를 보겠다고 이 시골을 방문하는 것이다. 컨텐츠의 힘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텐구바시가 등장하는 나츠메 우인장의 한장면


나와 내 자전거만 있는 텐구바시


    텐구바시를 건너 히토요시 역으로 돌아갔다. 히토요시 역도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곳이기도 하고 그곳의 관광 안내소에서 기념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히토요시 역을 찍은 사진은 이전 포스팅에 있다. 그곳에서 기념 도장을 찍고 2기 오프닝에 나온 사당을 보러 갔다.


2기 오프닝에 등장하는 타마치텐만구



주택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타마치 텐만구


    그 사당이 최초로 만들어졌을 때 무슨 신을 모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확실히 냥코 센세를 모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간 흔적이 있었다.


사당 안쪽에 냥코 센세가 보인다.


냥코 센세가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시간을 보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더 많은 곳을 찾아갈 지, 히토요시를 벗어날 지 정해야 했다.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은  너무 흩어져 있었다. 게다가 하늘은 더 흐려졌고 아주 잠깐이지만 비를 맞고 나니 초조한 마음이 커졌다. 그냥 출발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렇게 애니메이션에 나온 장소를 둘러본 소감을 한마디로 하자면, 그런 것은 없었다. 가지 못한 곳도 많지만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그날 가야 할 거리가 더 신경쓰였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기상과 시간과 몸 상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자전거를 타고 관광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의 덕력이 딱 그 정도 였을지도 모르겠다. 남은 곳은 두 곳이었지만 그곳을 경유하여 도쿄까지 시간 내에 들어가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도쿄로 바로 가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계획을 수정하였다.


동그라미가 현위치, 삼각형이 각각 토야마현난토시와 사이타마현 치치부시.


    히토요시에 들어올때는 전차를 타고 쉽게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아주 어려웠다. 히토요시를 지나 에비노로 가는 길은 미시령에 필적하는 산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제대로 된 업힐이었다. 미시령에서 얻은 교훈이 있어 스프라켓을 교체했기 때문에 끌바는 하지 않았다.


끝모를 업힐이지만 차는 없어 편하다


    2회전 고가도로도 지나고 2km가 넘는 터널을 지나니 끝모를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내리막은 위험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여 지겹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그 산을 내려오면서 처음으로 지겹다고 생각했다. 에비노에 도착하여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으며 미야지키까지 거리를 보니 약 70km였다. 중간에 산이나 큰 도시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열심히 밟았다.


미야자키까지 46km


   그리고 계속 달렸다. 오늘 안에 미야자키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말이다. 코바야시를 지나니 계속해서 언덕이 있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8시가 되기 전에 미야자키에 도착하였다. 비교적 큰 도시에 진입하는 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어둡지는 않았다.


어서오십시오 미야자키에게


    어디서 잘 지 고민하다가 큰 공원이 있길래 그쪽으로 향했다. 지붕이 있고 화장실이 멀지 않아 나쁘지는 않아 보였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겠지만 그 장소가 안전한지 불안하였다. 근처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점원에게 물어보니 나에게 가출했느냐고 물었다. 행색이 참 남루했나보다. 가출한 것은 아니고 자전거 여행 중인데 불량배들이 모이는 곳은 아닌지 다시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하였다. 안심하고 정자에 텐트를 치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였다. 그런데 텐트로 돌아가는 도중 운동하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그렇다고 대답하고 아주 짧게 대화를 했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텐트에 돌아가서 정리를 하고 자려고 하는데 경비원 아저씨가 텐트를 쳐서는 곤란하다고 하였다. 나는 한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라고 하고 5시 안에 떠나가겠다고 사정하니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운동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일찍 일어날 걱정을 하면서 잠에 들었다.


붉은 원이 텐트를 친 정자.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이었다.


지금까지 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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