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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일본 자전거 여행 (1)

Harold_Finch 2018. 2. 17. 20:24

자전거 여행기를 올리는 이유

    최근에 어떤 자전거 여행기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자전거 여행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9년에 제대한 후 그 해부터 2014년까지 매해 자전거로 전국을 돌아다녔으니 사실 자전거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을 잡고 나니 돈보다 시간이 더 비싼 자원이 되었다. 그리고 좋아했던 자전거 여행은 해야만 하는 일, 해서 좋은 일, 필요한 일들에 밀려 우선순위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2010년 해남에서


2013년 미시령에서


    사실 최근 들어 낙심하는 마음이 컸다. 오랫동안 진행한 일의 결과가 좋지 않고 요즘 진행하고 있는 것도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자전거 여행기를 보며 내가 좋아했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지났던 길을 돌아보며 다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본래 이 블로그에는 제목 그대로 통계, IT 그리고 AI와 관련된 것만 올리고 싶었지만 여행기를 올리고자 한다. 모든 것을 쓰기는 힘들고 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곳만 올리고자 한다. 사진이 적고 그렇게 다이나믹한 여행도 아니지만 이 회고가 나 뿐만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가려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4년 7월 2일 수요일

    졸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난 것이 불과 며칠전이기 때문에 자전거 여행을 굉장히 급하게 계획하였다. 어디로갈지 고민하다가 일본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더불어 한가지 테마를 정했는데 그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을 가보자는 것이었다. 굉장히 많은 곳이 있지만 나츠메 우인장의 구마모토현 히토요시, 트루 티어즈의 토야마현 난토시, 아노하나의 사이타마현 치치부시를 거쳐 도쿄까지 가는 것으로 하였다. 지금은 예전같지 않지만 2014년까지만 해도 그런(...)것에 상당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출발하는 날에 찍은 자전거


    여행을 함께할 자전거는 엘파마의 에포카 소라이다. 일반 로드바이크로는 여행이 다소 불편하기 때문에 몇가지 손을 봤다. 먼저 주행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페달에 토클립을 달았다. 물론 클릿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여행용으로는 클릿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프라켓과 리어 드레일러와 체인을 MTB용으로 교체하였다. 2013년에 미시령을 넘으면서 로드용 기어비로는 짐을 들고 언덕을 오르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패니어를 달기 위하여 토픽 투어리스트를 자전거에 장착하였다. 일반적으로 로드바이크에는 랙을 달기 위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바로 장착하긴 어렵다. 어디선가 본 해결책인데, 아래와 같이 가스 배관을 벽에 고정하는 것[각주:1]을 구하여 시트 스테이에 감고 나사 구멍에 랙을 연결하면 된다. 단, 사진에 보이는 것은 너무 크다. 가스레인지의 배관에 사용하는 것을 구하자. 철물점에 가서 줍쇼 하면 준다. 2009년부터 이용한 방법인데 체결 부분에 문제가 생긴 적은 딱 한번[각주:2]밖에 없었다. 물론 프레임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충분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붉은 원안에 있는 쇳조각


    정면에 보이는 초록색 패니어는 군대에 있을때 더블백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원재료의 정체(...) 때문에 행보관님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했지만 내가 있었던 부대는 부사관이 중심인 부대였기 때문인지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몇달동안 한량처럼 바느질을 하며 나름 튼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몇 해의 자전거 여행에서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원재료의 특성(...)때문에 약간의 생활 방수가 되고 수납공간도 충분하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 몇가지 한계를 발견하여 다음에는 제대로된 패니어를 구매할 예정이다.


    철저하게 준비하려고 한 여행이지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출발 전까지 정신이 없었다. 부산에서 카멜리아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예약을 늦게 해서 54,000원을 내고 갈 수 있는 것을 90,000원을 냈고 드레일러와 앞바퀴의 잔진동도 잡지 못하고 출발하여 찝찝했다. 가는 길에 매트가 발에 치어 조정을 하느라 동서울 버스터미널에 여유가 없이 도착하였다. 노선도를 보니 부산의 좌천역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었고 좌천역이 국제여객터미널과 가깝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버스를 탔다.


    버스가 출발하면서도 여행을 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뭔가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바빴는데 갑자기 이렇게 여행을 간다는 것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던 것 같다. 졸업을 겨우 하게 되어 안도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전까지 마음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냥 모든걸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자다보니 도착한 선산 휴게소


    좌천역에 도착하였다고 하여 잠에서 깼다. 그런데 내가 예상한 좌천역의 모습과 너무 달랐다. 국제여객터미널 근처 치고는 너무 시골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기사님에게 여쭤보니 내가 생각한 좌천역은 부산의 지하철역이었고 그 버스의 종점은 기차역이었다. 그리고 부산 시내로 들어가려면 센트럴시티에서 타야 한다고 하였다.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니 제시간에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기사님께서 해운대까지 태워주신다고 하였다.


붉은 원이 도착한 좌천역, 파란 원이 도착하리라 기대한 좌천역


    해운대까지 가면서 기사님과 많은 대화를 하였다. 당신도 부산에 사는데, 서울보다 일본이 가깝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여행을 가보고는 싶지만 업의 특성상 긴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해운대에 도착하니 추가 운임은 필요 없고, 혹시라도 다음에 만나면 여행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였다. 정말 감사했다.


이제 어떻게 가지


    이제 해운대역에서 국제여객터미널까지 어떻게 가야 할까. 자전거를 타고 가면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곳까지 초행길이라는 점, 2010년에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부산을 통과했던 경험, 부산 교통에 관해 돌아다니는 썰 등을 고려하여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하철을 타고 중앙역으로 갔다.


겨우 도착하였다


    중앙역에서 국제여객터미널까지는 멀지 않았다. 2006년에 후쿠오카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이곳에서 카멜리아를 타고 갔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이 있어 헤매지 않고 찾아갔다. 마감시간을 거의 남기지 않고 도착했기 때문에 잽싸게 수속을 마쳤다. 10분 정도만 늦게 도착했어도 떠나지 못할 뻔했다. 목이 말라 자전거에서 물통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버스에 두고 내린 것 같았다. 액땜했다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나의 짐들


    자전거를 수화물로 보내고 터미널에 앉아 멍때렸다. 짐이 많아 돌아다니기는 힘들었다. 일본에서 노숙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텐트를 준비했고 덕분에 짐이 좀 늘었다. 사진에서 살짝 보이는 밝은 초록색이 텐트이다. Vango의 HALO200인데, 여행기를 쓰다가 후기를 남길 생각이다. 7시가 되니 카멜리아 수속을 위한 안내 방송이 나와 타러 갔다.


카멜리아를 타러 가는 길


    다른 사람의 짐과는 달리 내 짐에는 다양한 공구가 있었기 때문에 검문에서 걸렸다. 사정을 설명하니 배 안에서 꺼내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통과되었다. 짐을 들고 배로 향하는데, 그제서야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탈 배


    방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구석에 짐을 풀고 창을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만날 비지만 첫날부터 만나게 되다니. 출항까지는 3시간 가량 남았고 그 전까지 특별히 할 것도 없기 때문에 비를 좀 맞더라도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첫날부터 내리는 비


    2006년 이후로 8년만에 다시 타게 된 카멜리아는 기억보다 작았다. 그때는 그렇게 신기했는데 다시 돌아보니 특별히 신기할 것도 없었다. 다만 그때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곳을 마주치니 추억이 되살아나며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니 다들 좋아하였다.


2006년 친구와 함께 카멜리아에서. 쫙벌은 무엇?


2014년 같은 곳에서. 바뀐 것은 나밖에 없다


밖으로 나가 비를 맞으며 부산항을 찍었다. 3주후에나 다시 한국 땅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비장한 느낌마저 들었다.


비가 오는 부산항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밥을 먹고 샤워를 하였다. 창밖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데 어떤 외국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노르웨이인이었는데 휴가를 맞아 한국과 일본에 방문한다고 하였다. 여러가지 대화를 하다가 방에 돌아와 일기를 썼다. 슬슬 지루해져서 언제쯤 배가 출발하는지 궁금해하는 순간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흥분되어 밖으로 나갔다. 비가 와서 더 아름다워 보였다.


배가 떠난다


일본을 향해


    방으로 돌아와 설렘을 안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은 캐널시티에서 라면을 먹는 것으로 하였다. 핸드폰에 저장해둔 지도를 어디서 자야 할 지 걱정하며 잠에 들었다.



  1. 출처: http://www.sebong.co.kr/tag/%EA%B0%80%EC%8A%A4%EB%B0%B0%EA%B4%80 [본문으로]
  2. 이번 여행(...)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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