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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일본 자전거 여행 (2)

Harold_Finch 2018. 3. 4. 15:20

2014년 7월 3일 목요일

    눈을 뜨니 일본이었다. 2006년에 처음 보았던 후쿠오카의 첫 인상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심한 비는 아니었다. 식사를 하고 하선하니 내 자전거가 나와있었다. 짐을 붙이고나니 모든 것이 순조로워보였다.


도쿄 가즈아


    경쾌하게 페달을 밟으려고 밖으로 나가니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었다. 하늘을 보니 아주 오래 올 비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대로 하카타항에 앉아있고 싶지도 않았다. 어제 만났던 외국인들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비를 만나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그들도 자전거 여행을 왔는데 오늘은 비가 너무 많이와서 그냥 내일부터 출발할 것이라고 하였다.


    고민하다가 그냥 출발하는 것으로 하였다. 언젠가는 만날 비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어제 자기 전에 생각한대로 캐널시티에서 라면을 먹기로 하고 캐널시티로 출발하였다.


비가 많이 오는 하카타항 앞


    캐널시티는 멀지 않았지만 비가 점점 많이 왔다. 게다가 일본에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약간 긴장되기도 하였다. 신호를 놓치기도 하고 행인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캐널시티에 도착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비만 겨우 피하는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계단에 걸터 앉았다. 전신이 홀딱 젖어서 춥고 유쾌하지 않았다. 근처 미용실에서는 직원들이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해서 습기찬 옷을 말리고 있었다. 그 순간 가장 부러운 사람들이었다. 이번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그만두고 싶은 적이 두번 있었는데 그 중의 한번이 지금이다.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지금 집에 가면 돈을 아낄 수 있다!


집에 가고 싶다


    물론 집에 가진 않았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캐널시티에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문을 연 곳이 거의 없었다. 라면 스타디움에 올라가니 11시부터 문을 연다고 하였다. 돌아다니다보니 아쿠아슈즈를 팔길래 구매하였다. 젖은 발이 금방 말라서 좋았다. 11시에 딱 맞춰서 라면을 먹고 밑으로 내려가는 국도를 탔다.


어디론가 가는 길


    후쿠오카를 빠져나와 내려가는 길은 정말 심심했다. 비는 점점 그쳤지만 여전히 흐려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며칠간 예보도 강수 확률이 높았다. 대화를 할 상대도 없었고 특별히 눈에 띄는 풍경도 없었다. 그저 국도를 따라 묵묵히 달렸다.


일본에서 먹는 모스버거. 아마 새우버거가 아니었을까. 난 새우를 좋아하니까.


    해가 지고 나니 어디서 자야 할 지 걱정되었다. 오무타라고 하는 도시에서 텐트를 치려고 했는데 적당한 곳이 없어 아라오라는 곳까지 가게 되었다. 해가 지고 나니 매우 어두웠다. 한국과 달리 가로등이 거의 없고, 있는 것도 그렇게 밝지 않았다. 아라오에 겨우 도착하고 나서 한 공원에 텐트를 쳤다. 화장실에서 잽싸게 샤워를 했지만 워낙 습해 다시 땀이 흘렀다. 자전거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 텐트 안에 두었다. 내일은 히토요시까지 가기로 하고 잠을 잤다.


자판기가 눈부시다


나는 자전거와 함께 잠든다


붉은 선이 오늘 간 길

2014년 7월 4일 금요일

    5시 반에 알람을 맞췄지만 그 전에 일어났다. 밤새 비가 몇 번 왔고 그때마다 깼다. 일어나서 텐트를 정리하는데 3가지 짜증나는 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텐트를 정리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텐트를 말리면서 달릴 수는 없기 때문에 빠르게 정리하였다. 두번째는 그 텐트 안에 장갑을 두고 말아버렸다는 것이다. 장갑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정리한 텐트를 풀고 다시 정리하였다. 세번째는 발바닥에서 통증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원인은 어제 산 아쿠아 슈즈였다. 페달에서 신발로 전해지는 자전거의 진동을 거의 흡수하지 못하니 발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아쿠아슈즈가 발에 딱 붙었기 때문에 토클립이 의미가 없어 떼버렸다. 달리면서 적당한 곳에서 신발을 사는 것으로 하고 출발하였다.


자전거는 나의 식탁


    여전히 날씨가 어두워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구마모토를 거쳐 히토요시까지 가려고 하는데 못가면 어떻게 하나?


날이 여전히 흐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에 휩쌓이면 과도하게 속도를 내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며 사람들과 이야기할 여유를 잃게 된다. 그러면 굳이 자전거 여행을 나온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날이 좋지 않다면 좋지 않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구마모토 가는 길. 자전거 도로가 넓어서 좋다.


    게다가 그런 걱정을 한다고 하여 올 비를 오지 않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우천을 대비하여 몇가지 준비를 했다. 그 이상 신경쓰는 것은 나의 에너지와 영혼을 소모하는 일이 분명했다. 나는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


구마모토 가는 길. 이름 모를 신사 앞에서.


    사실 그때에도 그때 하고 있는 걱정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감정과 신체 반응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마 나 혼자 가는 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함께 했다면 걱정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이끼가 가득한 구마모토 성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타마나, 우에키를 지나 어느새 구마모토 성에 도착하였다. 굳이 구마모토 성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고 특별히 돌아가는 길은 아니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와버렸다. 전날 비가 왔고 날이 습하여 성이 붙은 이끼가 아름답게 보였다.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와서 벤치에 누웠다. 더워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으니 잠깐 누워만 있겠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나있었다.


한숨 자고 가자


    구마모토를 지나 우토와 우키를 지나면서 신경이 곤두섰다.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중간에 맥도날드에 들려 쉬었다. 쉬면서 별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어서 남의 나라에서 이 짓을 하는 지, 이렇게 힘들어서 도쿄까지는 갈 수 있을지 말이다. 그때가 오후 3시였고 목표로 했던 히토요시까지는 약 70km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가는 길이 계곡이다. 과연 갈 수 있을까? 열심히 가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조금 더 가서 계곡을 만나고 나니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도로는 좁았고 양 옆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계속되어 중간에 쉴 곳이 없었다. 계곡이라 해가 더 빨리지고 있어 굉장한 부담이 됬다. 결국 사카모토 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는 것으로 하였다. 그렇게 결정하니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편해졌다.


나의 점프를 도와줄 사카모토역


붉은 색 원이 사카모토역. 히토요시까지 계속 계곡이다.


    역에는 사람이 없었다. 역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편의점도 보이지 않았고 차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설마 폐쇄된 역은 아닌지 걱정됬다. 한참을 서있다보니 아주머니 두분이 지나가시길래 표를 어떻게 사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사카모토역은 무인역이기 때문에 그냥 타서 내릴때 요금을 내면 된다고 하셨다. 얼마나 남았는지 여쭤보자 금방 올거라고 하여 역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근방에 사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멀리서 보이는 인적


아이들이 그린 그림

   

정말 한적한 역이다.


    멀리서 열차가 들어와 탔다. 몇량 되지 않는 짧은 열차였고 타고 있는 사람도 하교하는 학생들이었다. 계곡의 풍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열차가 정말 신기한 곳에 서는 경우도 있었다. 꼭 꿈속 나라로 들어가는 열차를 탄 기분이었다. 이곳의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하여 아쉽다. 기차를 타고 계곡을 한참이나 지났다.


나를 데려다 주오


    히토요시 역에 도착하니 7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어둑어둑했다. 멀리서 역을 바라보니 나츠메우인장에 나왔던 그 역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저녁 시간의 히토요시역


나츠메 우인장에 나오는 히토요시역


    그런데 잠은 어디서 자야 하나? 근처에 캠핑장이 있다길래 가려고 하였는데 가는 길이 너무 어두워 그냥 근처 공원에 텐트를 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소방 관련 훈련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샤워를 하고나니 잠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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